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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5-20 (수)
ㆍ추천: 0  ㆍ조회: 120    
'오월, 별이 된 들꽃' 김근태 전시회




'오월, 별이 된 들꽃' 김근태 전시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5-20 13:33:49


5월의 그날이 40년 만에 돌아 왔다.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대학생 시민군으로 총을 잡았다가 살아남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긴 방황 끝에 우연히 지적장애 아동을 만나 그림을 그리면서 구원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적장애 아이들의 소외된 인권을 묶어낸 100m 주제연작 ‘들꽃처럼, 별들처럼’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김근태 전시회. ⓒ최호순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근태 전시회. ⓒ최호순

김근태 화백의 ‘들꽃처럼, 별들처럼’ 전시회가 유엔에서 개최된 것을 계기로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5월의 광주 그날로 다시 돌아 왔다. 5·18민주화운동 제40주년을 기념한 5·18 시민군 출신 김근태 작가의 '오월, 별이 된 들꽃' 전시회가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5월 13일부터 6월 21일까지라고 한다. 14일 오픈식에는 이용섭 광주시장,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이진식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단장, 오준 전 유엔대사 등 많은 내빈들이 참석했다.

오픈식에서 김근태 화백은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오월의 눈물, 그 이후
2000군무의 비상이 되었소.
아름다운 무희가 되었소.

꽃이 꺾어진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폭동이라고 길거리에 던져지고
밟히고 또 밟히며
40년이 되었소.

정말 미안하요.
나만 살고자 도청 담 넘어 왔던
5월 26일 저녁 7시
그날부터 나는 죄인이었소.
죽지도 못하고 나는 밤마다
불나방이 되어 헤매는 영혼이었소.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나는
땅을 밟지 못하는 떠도는 영혼이었소.
정말 미안하오.

나는 한쪽 눈을 잃었지만
당신은 잃지 않았소.

나는 청각을 상실했어도
당신은 잃지 않았소.

당신은 또 다른 나의 분신이 되었소.

지난 23살 청년시절 총 들고 민주주의를
지켰던 도청 문지기 그 자리에
이제 평화의 별들이
온 하늘을 수놓고 있소.
역사의 길을 밝히고 있소.

당신을 사랑하오.
모두가 당신을 사랑하오.”

김근태 화백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조선대 미술학도의 신분으로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야만 했다.

전시회 오픈식. ⓒ최호순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시회 오픈식. ⓒ최호순

도청을 떠난 순간부터 시작된 정신적 충격과 기억의 쓰라린 아픔은 40년의 긴 시간을 방황 하다가 40년 만에 돌아온 자리였다.

기억을 도려내기 위해 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단에 섰으나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술에 절어 사는 자신이 견딜 수 없어서 교단을 떠났다.

그러다가 우연히 목포 앞바다 작은 섬 고하도 목포공생재활원에서 지적장애아들을 만났다. 긴 방황의 끝에서 우연히 만난 지적장애 아이들에게서 순수한 에너지를 받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뒤틀린 자세로 모여 있는 그들의 모습은 오월 기억 속 주검들과 다를 바 없었고 내적 고통으로 헝클어진 그 자신의 모습이라 생각됐다. 우연찮게 접하게 된 강렬했던 그 모습들은 자신의 피폐해진 현재의 삶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긴 방황과 트라우마의 구덩이로부터 벗어나 자아회복과 치유로 나아가는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2015년 가을, 필자가 김근태 화백을 처음 만났을 때 지적장애 아이들은 자주색 들꽃 같았고, 전생에 별이었을 거라고 했다. 안개는 방울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 같았다. 온누리에 별들이 태어났다. 들꽃처럼 별들처럼.

김근태 화백은 들꽃 같은 아이들을 화폭에 담으면서 많이 망설였다고 했다.

“처음에는 장애인의 아픔을 작품에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토우 천 인과 한지 조형물. ⓒ최호순 에이블포토로 보기 토우 천 인과 한지 조형물. ⓒ최호순

지난 해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근태 화백을 다시 만났었다. 그때 국립안동대학교 미술학과 서성록 교수는 “김근태 그림은 유엔이 추구하는 것과 일치해서 유엔에서 전시한 것 같다.”고 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개인적인 것에 치중하는데 김근태 화백은 공동체적 삶에 치중하는 것 같아서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라고도 했다.

서성록 교수는 김 화백이 “지적장애인에 대한 애민사상으로 비장애인과의 간극을 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본인도 장애인으로서 상처 받은 치유자로서 굉장히 순수하고 우리 모두가 고민해볼 만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했다.

이낙연 전 총리와 서명. ⓒ최호순 에이블포토로 보기 이낙연 전 총리와 서명. ⓒ최호순

김근태 화백은 한쪽 청력과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중복장애인이다. 그러나 그의 장애는 들꽃 같은 별들을 그리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근태 화백이 이제는 40년 전의 그날을 되돌아볼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들꽃처럼 별들처럼」 그림에 더욱 치중할 것이고 그리고 장애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다.

지난 18일에는 5·18을 맞아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하여 박양우 문화체육부장관, 이개호 국회의원 등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다녀갔다.

이낙연 전 총리는 ‘그해 5월과 그 후 40년, 광주와 화가 김근태가 겪은 상처와 치유, 그것을 뛰어 넘는 비상...’이라고 서명했다. 김 화백의 이번 전시회를 함축한 것 같았다. 그 밖에도 김근태 화백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전시회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6월 21일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 번 찾아보시도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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