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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11-24 (금)
ㆍ추천: 0  ㆍ조회: 912    
그 많던 계단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계단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11-24 16:16:50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된 것은 1981년이다. 법 제정 이전에도 몇몇의 개별단체들이 나름대로의 장애인복지를 위해서 노력해 왔으나 그 성과는 미미했다.

그러다가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됨으로써 우리사회에서도 본격적인 장애인복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88올림픽이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장애인복지 그리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해서 부랴부랴 급조하기도 했다.

부산일보 사옥. ⓒ부산일보 제공 에이블포토로 보기 부산일보 사옥. ⓒ부산일보 제공
 
그럴 즈음인 1987년 부산장애인총연합회(부산장총)가 창립되었다. 개별단체의 한계를 느낀 장애인들이 전체장애인을 아우르는 장애인복지를 위해 총연합회를 결성한 것이다.

이후로 부산장총 등 많은 장애인 및 장애인단체에서 장애인의 인식개선이나 장애인 편의시설 등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복지는 날로 달라지고 있었으니,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시키는 데는 언론이 일조를 했던 것이다.

요즘 같은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신문이나 방송이 큰 역할을 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장애인 관련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장애인 편에 서서 보도해 주었다. 부산에도 신문사 방송국 등 여러 언론사가 있는데 특히 부산일보가 앞장을 서 주기도 했다.

부산일보는 언론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사옥이 동구 수정동에 위치해 있어 지하철은 물론이고 버스나 승용차 등을 이용하기도 편리하여 10층의 대강당이나 소강당은 장애인단체에서도 자주 이용하곤 했다.

예전의 부산일보 정문. ⓒ부산일보 제공 에이블포토로 보기 예전의 부산일보 정문. ⓒ부산일보 제공
 
「장애인복지법」은 1981년에 제정되었다. 제정당시에도 “제13조 (편의시설) 도로·공원·공공건물·교통시설·통신시설 기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자는 장애인이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설비를 갖추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4년에 이전한 부산일보 사옥이 1층은 전부 계단으로 되어 있고, 엘리베이터의 운행이 시작되는 로비 층은 2층이었다.

1995년 부산장총에서 부산시내 공공시설 30곳을 임의 선정하여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하였다. 이에 대해서도 부산일보에서는 자세하게 보도하는 등 취재기자들은 언제나 장애인복지를 위해 애써 주었다. 그러나 정작 부산일보 사옥은 어마어마한 계단으로 되어 있어 취재기자들도 난감해 했다.

부산시내 편의시설 조사관련. ⓒ부산일보 에이블포토로 보기 부산시내 편의시설 조사관련. ⓒ부산일보
 
부산장총은 설립부터 부산일보 김상훈 전무이사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었다. -김상훈 전무이사는 나중에 부산일보 사장이 되었고, 2016년 타계했다.- 당시 필자가 부산장총에서 실무를 맡고 있었기에 김상훈 전무이사에게 부산일보 사옥의 편의시설 부재에 대해서 여러 차례 말씀 드렸다.

김상훈 전무이사도 난감해 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휠체어 등 장애인은 안쪽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팻말이었다. 부산일보 정문 안쪽에는 1층에서 10층 대강당 안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1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이 안쪽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10층에 내렸을 경우 10층 강당에는 다른 사람들이 행사를 하는 중이어서 때로는 민망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현 부산일보 정문.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현 부산일보 정문. ⓒ이복남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났는데, 작년 가을 어느 날 부터 1층 계단을 부수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왜 계단을 부수는 것일까?

보건복지부에 문의를 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199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었는데 그 이전에 지은 건물에 대해서는 권고는 할 수가 있지만 의무대상은 아니기에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전 부산일보 사옥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어안이 벙벙했다. 세상에나, 그 많던 계단은 다 어디로 갔을까?

부산일보 1층은 정문 입구에서부터 턱이 없는 미끈한 바닥이 4대의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어져 있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옛날을 생각하니 감개무량했다.

부산일보 기사를 검색해 봤다 ‘부산일보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지하 윤전기 공간을 기계식 주차장으로 개발하고, 1·2층 상가 조성, 상가 엘리베이터 신설, 기존 중앙 엘리베이터 4기 교체, 중앙계단 철거 및 1층 로비 조성 등을 완료했다.’는 준공식 기사가 있었다.

현 부산일보 1층 로비.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현 부산일보 1층 로비. ⓒ이복남
현재 부산일보 사옥은 예전의 계단을 다 부수고 정문에서부터 엘리베이터까지 턱은 하나도 없었지만 로비 왼쪽에 있는 화장실은 저 높은 계단 위에 있었다. 리모델링을 했다면서 이건 또 뭐람, 안내 데스크에 문의를 하니 장애인은 10층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했다.

작년 가을 처음 계단을 부술 때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서 문의를 좀 해 볼 걸, 때 늦은 후회지만 그래도 1층 정문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그 높은 계단이 없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며칠 전 지체장애인 A 씨와 편의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부산일보 사옥의 계단을 다 부수었다고 했다.

“정말 입니까?” A 씨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렇다면 지나는 길에 한 번 가 봐야겠네요. 화장실도 이용하고…….”

“그건 안 돼요!”

A 씨는 지체 1급 장애인으로 전동스쿠터를 이용하고 있었기에 계단으로 되어 있는 1층 화장실을 이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 부산일보 1층 화장실 입구.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현 부산일보 1층 화장실 입구. ⓒ이복남
 
예전에도 행사가 있을 때마다 태산처럼 높았던 부산일보 계단을 찍어둔 사진이 있었는데,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부산일보에 예전 계단 사진을 부탁했다.

부산일보 덕분에 장애인복지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처럼, 남의 것을 지적하면서도 난감해 하던 취재기자들이 이제는 마음 놓고 장애인 편의시설의 부재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늦었다고 생각한 그 때가 이른 때라고 했다. 늦었지만 그래도 부산일보가 사옥의 입구 계단을 정비해서 장애인들의 오랜 숙원 사업을 이뤄준 것은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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