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대신 죽음을? 존엄사법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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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9. 22:1023,423 읽음



국내 사회의 임종 문화를 바꾼 ‘존엄사법’, 시행 현황은?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담은 이른바 존엄사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임종 문화가 변화되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의미 없는 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택하겠다는 이른바 존엄사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년 동안 3 6,224명이 존엄사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미 없는 치료로 단순히 목숨만을 유지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에 이르는 임종 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면서 존엄사법에 의거한 연명 시술 범위도 계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존엄사법의 시행배경

우리나라에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킨 사건은 2008년에 있었던 이른바 김할머니 사건이 있다. 당시 76세였던 김할머니는 폐암 조직검사를 받은 후 과다출혈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었다. 김할머니의 가족들은 김할머니의 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여 재판 끝에 2009 5 21일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판결은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진입하였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해당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후 김할머니 사건에서 촉발된 존엄사에 대한 학계와 사회의 광범위한 논의가 확산되어 연명의료에 관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대두되자, 2016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어 2018 2월부터 시행될 수 있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존엄사법’, 연명의료결정법이란?
사진 : KBS 2TV <재난포털>

연명의료결정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의미한다. 원명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라 하고 존엄사법이라고도 부른다.




법률에서 정하는 연명의료의 의미는?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 24항에 따른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명의료중단의 의미는?

연명의료 중단의 내용은 환자의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하여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연명 의료 중단의 방법
사진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

연명 의료 중단을 원하는 환자는 담당의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에게 말기,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진단을 받을 경우 연명치료의 지속 혹은 중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때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서 연명 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의식이 없고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미리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이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진술하고, 그것도 없을 경우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사진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자신이 미래에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를 의미한다. 19세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문서로 작성해 둘 수 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한다. 등록기관을 통해 작성·등록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 되어야 비로소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존엄사법에 대한 해외의 현황

유럽에서 의사가 독극물을 주입하는 방식의 존엄사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이 있다. 스위스와 독일 등은 의사의 도움으로 환자가 최후를 택하는 조력자살 형태의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포르투갈의 경우 지난 2018 5 29말기 암 환자 등 완치가 불가능하고 병세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환자 본인이 원할 경우 존엄사를 허용하는 방안이 담긴 존엄사 법이 부결된 바 있다. 그 외에도 영국, 독일 등은 조력자살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존엄사’를 실시하는 대표적 국가, 스위스의 존엄사 현황은?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존엄사법은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한다. 따라서 약물 투입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환자의 생명을 앞당기는 행위를 한 의사에게는 살인죄가 성립된다. 이에 대해 다른 국가들에 한 발 앞서 조력자살에 해당하는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대표적 국가로는 스위스가 있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비영리 단체를 통한 안락사와 이를 돕는 조력 행위를 허용했다. 이후 논쟁이 지속되다가 지난 2006년 연방 대법원 판결로 안락사를 최종 허용하게 된다. 스위스에는 현재 3곳의 안락사 기관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스위스인이 가장 많이 찾고 있으며 그중에서는 독일인들이 가장 많다. 디그니타스에는 2018년 기준으로 32명의 한국인이 가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존엄사법 시행 1년, 국내 현황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후 1년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총 11 5,25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작성자 중에선 여성이 7 7,974(57.7%)으로, 남성 3 7,285(32.3%)에 비해 2배 많았다. 지역별로 보면 인구 10만 명 당 등록 건수는 충남, 전북, 대전, 서울 순으로 많았다.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시행 중인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연명의료 결정 이행은 3 6,224명으로 집계됐다. 연명의료 결정 이행자는 남성이 2 1,757(60.1%)으로, 여성 1 4,467(39.9%)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본인의 의사로 연명의료를 거부한 경우는 32.3%였고, 가족 결정에 따른 경우가 67.7%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기타 개정 사항과 나아갈 방향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경우 가족 전원 합의가 필요해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는 지적에 따라 3 28일부터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의 합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대상 환자도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로 한정했던 것을 모든 말기 환자로 확대했다. 다만 앞으로 연명의료결정법이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까지 멀게만 느껴지고 있다. 시행 초기 단계이다 보니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나 기관의 미비점과 함께 늘어나는 신청자 수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상담 공간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여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존엄사법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규정과 이를 뒷받침할 체계적인 인프라가 절실한 실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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